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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토끼 은도끼, 그리고 사용가치
이준후 시인 1992년 <현대시세계>로 등단(시), 1997년 공동시집 <비 맞는 고양이 일가>출간, 1999년 시집 <아우라지,주억에 대하여>출간, 통일신문 편집위원, 전)산업은행 압구정지점장
기사입력  2019/03/26 [17:07]   유달신문 편집국

 

<금토끼 은도끼>라는 동화가 있습니다.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이런 줄거리입니다.
 옛날에 마음씨가 착한 나무꾼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깊은 산 속에서 나무를 하다가 너무나 덥고 목이 말라 산 속에 있는 연못을 찾아가 물을 마시다가 그만 허리춤에 차고 있던 도끼를 깊은 연못 속에 빠뜨리고 말았습니다. 나무꾼이 울고 있을 때 갑자기 연못에서 산신령이 누런 황금으로 된 도끼를 들고 나와서 묻습니다. “이 도끼가 네 도끼냐?”

 나무꾼이 아니라고 대답하자 산신령은 다시 물속에 들어갔다가 나오더니 “그렇다면 이 은도끼가 네 도끼냐?”하고 묻습니다. “그것도 아닙니다. 제 도끼는 쇠로 된 도끼입니다.”라고 하자 산신령은 다시 쇠도끼를 들고 나왔습니다. “맞습니다. 그게 바로 제 도끼입니다.” 이 말을 들은 산신령은 크게 웃으시면서 “근래에 보기 드물게 착한 젊은이로구나.”하고는 금도끼와 은도끼 그리고 쇠도끼까지 모두 주고 연못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이 동화는 어떤 유혹이 있더라도 정직하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너무 유명합니다.

 그러나 텍스트는 얼마든지 달리 해석할 수 있으니, 이 동화 또한 경제적으로 가치의 측면에서 달리 해석될 수 있겠습니다. 동화가 강조하는 도덕적 선악의 차원은 차치(且置)하지요. 산에 나무하러 간 나무꾼은 맡은 바 소임(所任)이 나무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나무꾼은 그 일에 가장 소용되는 도끼를 선택한 것입니다.

 즉, 금도끼나 은도끼가 제아무리 귀한 것이라 할지라도 산속에서 나무를 자르기 위해서는 쇠도끼가 가장 필요합니다. 따라서 그 순간 쇠도끼의 사용가치가 가장 높습니다. 물론 금도끼 은도끼로도 나무를 자를 수 있겠지만 쇠도끼만 못하니, 그러므로 나무꾼이 쇠도끼를 선택한 것은 경제 원리상 당연한 것이며 현명한 선택이라 할 것입니다.

 모든 재화며 서비스는, 그 사용가치의 면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부문이나 사람에게 먼저 공급되어야 한다는 것은 경제의기본원리입니다. 그래야 그 물건의 사용 또는 소비에 따른 만족, 즉 효용이 최대가 되니까요. 결과적으로 경제의 최대원리인 자원의 최적배분이 이루어지는 것이겠습니다.

 사용가치가 높은 쇠도끼에 비하여 금도끼나 은도끼는 교환가치, 한 마디로 팔아서 돈이 되는 가치가 높은 물건이라 하겠습니다. 교환가치는 시장을 전제로 합니다. 판매를 목적으로 할때 물건은 상품이 됩니다. 이때 상품은 교환가치를 갖게 되고 상품의 교환비율은 그 사용가치와는 관계없이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쇠도끼의 용도는 나무를 패는 데 있습니다. 시장에서 이 쇠도끼를 찾는 사람 많지 않습니다. 많은 쇠도끼를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판다면 도끼의 교환비율은 더욱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금도끼, 은도끼의 경우에는 금덩이, 은덩이라는 귀금속이 되어 당연히 교환비율이 높아집니다. 다른 물건과의 교환성이 좋기 때문입니다. 교환성이 좋다는 것은 우선은 가치의 저장수단이 되어서 보관할 수 있으며, 언제든지 어떤 물건과도 교환할 수 있다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상품의 가치는 두 가지 측면을 가지게 됩니다. 쓰임새에 바탕을 둔 원래의 가치는 사용가치가 되고, 시장에서 교환되는 비율을 나타내는 가치는 자본주의 시대에 생겨난 교환가치가 되는 것입니다.

 가치도 진화하나요?
 현대사회에 들어 새로운 가치가 생겼습니다. 그것을 이른바 ‘브랜드가치’라고 부릅니다. ‘명품가치’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새로운 가치는 전통적인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능가하는 중요한 가치로 인정받습니다.
 예를 들어 명품 핸드백 하나의 가격은 시장물건 핸드백 100개와 맞먹습니다. 그렇다고 명품이 시장물건의 100배만큼 물건을 많이 넣을 수 없고 100배만큼 디자인이 멋진 것도 아닙니다. 용도와 분리된 다른 가치의 값인 것입니다. 교환가치도 아닙니다. 명품은 시장물건과 어떤 비율로도 교환될 수 없으니까요. 명품의 가치는 기능이나 성능, 쓰임새에 있는 게 아니라 상표 자체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 새로운 가치를 처음으로 제기한 사람은 프랑스의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입니다. 그는 현대사회에서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보다 브랜드가치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브랜드가치가 권력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비공식적으로 작용하는 일종의 문화적 권력입니다.

 명품 핸드백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곧 그 소유자의 신분과 지위를 나타냅니다. 현대사회의 새로운 신분입니다. 이 새로운 신분들끼리 새로운 사회를 만들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즐깁니다. 우리 사회 명품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얼마나 크고 무서운지는 강남을 한 번 돌아보는 것으로 족할 것입니다.

 다만 바라건대 사용가치의 다른 이름인 기능성을 돌아보고, 아직도 사용가치를 충족하지 못하고 연못 근처에서 서성거리는 산골 나무꾼이 많이 있다는 사실,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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